2014 서울 키덜트 페어 중
2014 서울 키덜트 페어(8/6~10)에 다녀오다.
'아이에겐 꿈을, 아빠에겐 추억을-'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장식되어 있는 서울 키덜트 페어. 사실 이 헤드라인을 잘 살펴보면 상당히 무섭다. '아이에게 꿈을 꾸게 하여 장난감을 사게해 / 아빠에게 추억팔이를 해서 장난감을 사게해' 뭐 억지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전시회, 박람회라는 것은 결국 자본의 흐름이 없으면 절대 개최되지 않는 것 아닌가? 국내 키덜트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키덜트 페어가 개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아무튼 이 무서운 곳을 다녀오게 되었다.
코엑스 전시홀 D에 위치해 있었는데,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국내 최초의 키덜트 페어라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친구들과 연인들과, 가족단위의 다양한 관람객들이 즐겁게 관람을 하고 있었다. 키덜트라는 개념 자체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이 공간 안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도대체 난 이 곳에 왜 오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덜트란 무엇인가?
사실 키덜트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키덜트라는 단어가 어감이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단어이기도 하면서, 낭만적인 요소까지 얼핏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어에 포함된 속내는 결국 '돈벌이'이다. 관련업계 자체가 키덜트라는 말을 통해서, 우리같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장난감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간 것이다. 한가지 상식, '키덜트'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해외에서는 이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영미권은 Geek, Nerd. 일본에서는 오타쿠) 국내에서는 가까운 일본의 오타쿠가 좀 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되오 '오덕후', '덕후', '씹덕후' 등으로 변질되어 키덜트들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루카스 필름의 라이센스 비용은 엄청나다는 사실에 가까운 소문이 있다.
키덜트(출처 : New 경제용어사전)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한다. 키덜트는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의 성인계층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의 삶이 날로 각박해지면서 어릴 적 감성으로 돌아가 정서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추구하는 일부 어른들의 욕구가 디지털 문화와 맞물리면서 출현한 것으로 풀이한다. 최근 백화점, 완구점, 영화관, 인터넷 쇼핑몰 등에는 키덜트를 겨냥해 특별히 제작한 캐릭터 의류, 액세서리, 장난감, 만화영화 등이 다양하게 등장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나는 왜 키덜트가 되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학교입학과 동시에 어머니께서 집안에 있던 장남감들을 모두 사촌동생들에게 줬던 기억이 있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장난감으로 대변되는 키덜트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 보급 및 발달을 계기로 여러 커뮤니티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우연히 토이 갤러리가 있는 커뮤니티에 접속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다양한 장난감들을 접하며 추억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토이 갤러리에 접속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구경만하던 장남감들에 대한 구매 욕구가 생겨나게 되었다. 유년 시절 이후 처음 샀던 피규어가 아직도 기억난다. 카이요도에서 발매한 '에반게리온 폭주모드'였을 것이다. 그렇게 군대를 입대하기 전까지 소소하게 토이 수집을 하게 되었다. 군 제대 후에는 학점, 취업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모았던 수집품들 처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취업 후에는 이 활동을 다시 시작하여 7년차 회사원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왜일까? 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일까? 난 언제까지 장난감에 모으고 있을 것인가? 난 아직 인생의 여러 단계 중 결혼의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 육아의 단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 2단계에 들어서면 나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변화될 것임을 알 고 있다. 지금 이 취미를 그만 두던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서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추억으로 시작한 이 취미는 점 차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집, 회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삶에 큰 변수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 변수를 만드는 방법에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각자만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있지 않은가?
아이가 태어났더라도 희망을 잃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 아이가 있는 남성이라면 키덜트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 시장경제는 친절하게도 '프렌디족(Friend + Daddy)이라는 어휘를 만들어 냈으며 자녀들의 활동을 함께 즐기며, 취미를 즐 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아이들의 눈높이 맞게 놀아주는 친구같은 아빠. 활용도에 따라서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녀에게 강요할 수 있으며, 그 물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주는 마법의 단어이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토이를 구매하는 행위를 멈춰선 안되니 말이다. 아 물론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말이다.(아이들의 장난감이 어른들의 장난감보다 저렴한 편이다.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블 어벤저스에 대한 관심은 아이, 어른할 것없이 폭팔적이다. 프레디족을 위한 훌륭한 컨텐츠가 아닐 수 없다.
키덜트에 대한 조금은 삐딱한 시선이 글 속에 다소 있었지만, 나는 키덜트 문화를 사랑하고 향휴하는 사람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자본이 몰리는 현상이 경계될 뿐이다. 지나치게 키덜트 문화 자체가 소비와 직결되고 있는 점이 아쉬운 것이다. 사실 이 문화 자체의 토양이 소비에 근거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 자본의 영향은 결국 이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돈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따른 역차별이 키덜트 문화에도 유입이 될 수 있는 점이 큰 우려사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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