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인재에 해당된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아마도 서울에서 죽을 운명인가 보다. 서울을 떠나서 단 한번도 생활을 해 본적도 없으며, 아직도 그럴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불가항력으로 인해 서울을 떠나 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도시라는 곳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시에 살 고 있다. 나는 도시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굳은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편리한 곳이라는 사실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안전한 곳이라는 것에는 그 믿음이 점차 깨져가는 것을 느낀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큰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싱크홀'이다. 제2 롯데월드 건설과 더불어 석촌호수의 수심 하락, 그리고 그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는 싱크홀 들...짙고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싱크홀은 서울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기도 하며, 꼭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원인에는 분명히 하나의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도시의 성장을 강제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그것을 나에게 편리하게 이로운 존재로 바꾸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한 특성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었고, 우리에게 편의를 만들어 줬다. 하지만 그 편의 뒤에 조금씩 신음하는 존재가 있느니 그것이 바로 딛고 있는 이곳이다.
도시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논쟁을 벌이던 시기부터 혁신의 엔진이었다.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들은 우리에게 르네상스를 선물했고, 영국 버밍험 거리는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산업시대를 거쳐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도시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도시 인구 비중이 10퍼센트 늘어날 때마다 그 나라의 1인당 생산성은 30퍼센트 향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시골지역에 사는 국가들보다 도시 지역에 사는 국가들이 네 배 가까이 높다. 결국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도시의 성장은 멈출수가 없다. 아무리 국가가 도시의 성장을 억제하려 할지라도 도시는 자가발전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도시성장의 문제는 결국 자본
이처럼 도시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성장은 건설 및 부동산과 아주 큰 관련을 맺고 있다. 새로운 스타디움, 경전철 시스템, 주택사업, 컨벤션 센터와 같은 대규모의 건설사업이 도시에 영광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영광이 이 도시를 사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공공 정책의 방향이 눈에 보이는 도시의 미관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라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휘황찬란한 새 건물이 도시의 미관을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지 모르지만, 도시의 근본적인 성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온다. 싱크홀과 같은 문제들이 왜 생겨났을까? 왜 지금 우리가 불안해 하는가? 눈에 보이는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 달려왔기 때문이다. 개발을 결정하는데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역민들의 갈등, 흔들리는 방향성의 정책들...사람들의 안전이라는 원칙을 당연히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지난 몇난간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진정한 도시는 콘트리트가 아닌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채취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잊은 것처럼 보인다.
콘트리트의 성장이 아닌 사람의 성장이 필요한 도시
도시는 사람들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의 논리만으로 도시는 성장을 해서는 안된다. 고도의 철탑들이 우리의 행복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행복한 도시로 성장이 필요하다. 도시의 성장은 결국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아무리 산업이 발전하더라도, 그 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존재가 미약하다면 도시는 결국 몰락하게 된다. 도시는 사람들을 가장 빛나게 만들어주는 협력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혼자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더 많이 배운다. 도시는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관찰하여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 도시는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 도시의 성공은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해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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