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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 / THOUGHT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서 만나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


천공의 성 라퓨타 <너를 태우고>


기타노 다케시
조 히사이시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야키 하야오를 알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흐르는 영화음악이 얼마나 훌륭한 지 알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영화음악을 담당하는 히사이시 조일 것이다.그의 음악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너무나 빛나게 만들어 준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그의 음악 덕분에 우리는 애니메이션이 보다 상위의 영역에 도달하는 것을 경험했다.우리는 대부분 그의 음악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서 만났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영화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그의 음악을 작품 속에 사용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는 또 다른 감독이 기타노 다케시이다.기타노 다케시. 매우 다양한 경력을 가진 배우이자, 감독이며, 코미디언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작가, 화가 등 매우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그는 일본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본론의 중요성으 상기하며 여기까지 이야기하도록 하자.)
 
일단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그 남자 흉폭하다.', '소나티네', '하나비'에 이르는 폭력3부작. 그의 데뷔작' 그해 가장 조용한 바다', 기카노 다케시판 엄마찾이 삼먼리' 키쿠치로의 여름, 안도 마사노부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는 ' 키즈리턴' 등. 모두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정도 뛰어난 수작이다.그런 그의 작품을 완성시켜주는 것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특징은 대사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 해 가장 조용한 바다'의 주인공이 실제 벙어리인 점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대사가 없을 지 상상이 갈 것이다. 대사가 적기도 하지만, 음악 또한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보통의 OST가 20곡 정도 구성되는 것늘 보면 기타노 다케시 작품의 트랙수는 10곡 미만이 보통이다. 이런 감독의 특징 속에서 인상적인 영화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히사이시 조는 그 짧은 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음악을 만든다. 그것도 아주 멋진 음악을 말이다. 그가 음악가로써 뛰어난 점도 있겠지만, 그는 영화의 문맥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시나리오와 감독의 설명만으로 음악의 이미지를 만들고 작곡을 하는 것이 음악가 입장에서 얼마나 괴로울 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작곡가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만드는 것이 아닌 철저히 다른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고 작곡하는 일. 분명 괴로운 일일 것이다.하지만 그 괴로움을 뛰어넘는 것은 역시 재능일 것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대사가 나오는 씬에서는 음악 사용을 최대한 절제한다. 그럼으로써 관객들은 영화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영화의 철학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 미야자키 하야오과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 기타노 다케시는 정반대의 노선에 있는 것이다. 두 감독의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히사이시 조 또한 감독에 따라 그 스타일이 많이 달라진다. 미먀자키 하야오 감독과 만나면, 오케스트라, 중창단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여 꿈같은 세계를 만들어 내지만 기타노 다케시와 만나면 신디사이저의 사용, 절제된 악기 수 등, 스타일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거기다 기타노 다케시는 세상을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또한 그에 따라가게된다. 폭력 3부작에서 보여줬던 슬픔과 비장미, 그리고 키즈리턴에서 들려준 역동성 뒤에 숨겨진 쓸쓸함 등. 그의 또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가 평단에서 찬사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해석, 그리고 주인공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시선에서 나온다. 영상만으론 두가지 과업을 달성하지는 못한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때론 냉정하게 때론 따뜻하게 영화를 감싸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