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LOG / THOUGHT

리얼리즘의 극치,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은 사실주의로 가득한 만화이다.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특징상 사진이나 기사, 혹은 영상만큼의 사실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피겔만의 ‘쥐’가 그러했듯이 ‘팔레스타인’은 만화라는 틀이 가지고 있는 선입관을 벗어던졌다. 작가가 직접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재구성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또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들의 모습은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지배당했던 시기와 사뭇 닮아있다. 하지만 우리의 어두운 과거에 비해 팔레스타인은 더욱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스라엘은 정말로 잔인할 정도로 그들을 탄압한다.‘폭력배와 죽은자들’,‘적당한 압력(2)’에서 보여주는 폭력과 고문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한 가정에 총에 맞은 사람이 한 사람씩 있으며, 그들에게 있어 형무소에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이유 없는 폭력과 의심에 시달린 다면 과연 우리는 살 수 있을까? 그들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노하는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대부분의 인터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루어지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쪽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선 그들이 피해자이다. 구금, 납치, 폭력 등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실을 살아가는 피해자인 것이다.
 


하지 저자는 팔레스타인이든 이스라엘이든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사태를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인터뷰를 할 때는 그들의 반복되는 이야기에 지쳐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만화의 소재를 위해 좀 더 큰 사건이 터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저자를 친절하게 대해준다. 물론 그들의 태도는 사뭇 냉소적이었지만 말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세계 언론에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다 나은 현실이 찾아오길 희망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현실에 지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모습을 띄기도 한다. 

 분쟁의 극점인 이스라엘에서 저자는 비로소 팔레스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학살과 고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의 마음과 몸은 상처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의 감상일 뿐, 그는 여전히 3자일뿐이다.

 ‘팔레스타인’에는 폭력의 희생자가 가득하다. 두 나라의 관계를 떠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 폭력은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리고 그 관계가 다시 폭력을 낳고 있다. 이 반복의 고리를 잘라야만 살해, 폭행, 고문, 몰수 등 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 고리를 자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비참한 삶이라도 생명이 깃든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