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대부분의 노래들은 나와 사회, 그리고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아성찰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래라 하더라도 결국은 사회 속에서의 나의 모습을 노래하는 것이고, 수많은 사랑노래들은 결국 나와 그 대상에 대한 노래가 아니던가...
접근하는 화법의 차이가 있을 뿐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관계'때문에 기쁨을 느끼고, 상처를 입는다.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의 반대편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룹 못(MOT)의 보컬리스트 이이언의 첫 솔로앨범은 짙은 그림자가 속 이야기를 전달한다. 여기에 소개하려는 곡은 짙은 그림자 중에서도 뿌리에 해당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끝나려해'
이 곡은 코앤 맥카시의 '로드' 그리고,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가지는 감정과 화법으로 노래한다. 종말의 정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붕괴한 후의 이야기, 또는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문학을 종말문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종말문학이라는 범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여 한 권의 책이라도 더 팔겠다는 출판사의 상술이 드려 있다. 코앤 맥카시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사실 순수 문학에 더욱 가깝자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필적을 생각해 보면 그러한 점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지만, 종말문학에 대한 거론한 것은 '세상이 끝나려해'라는 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종말문학'이라고 지칭되는 장르와 한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끝나려해' by 이이언
세상이 끝나려고 해
누구의 무슨 잘못인지
세상이 끝나려고 해
이 노래가 끝날 때 쯤엔 아마도
너와 나도 세상도 아무도 없겠지
너도 나도 세상도 아무도 없겠지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아직 미안하다 말하지 못해 미안해요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아직 미처 다 알지 못한 내가 아쉬워요
마음껏 술을 마셔요
숙취의 내일은 없을테니
마음껏 술을 마셔요
이 노래가 끝나기 전에
어쩌면 우리 모두 다시 만나겠지
어쩌면 우리 모두 다시 만나겠지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쓸쓸한 곡의 멜로디와 무심히 가사를 툭 던지는 이이언의 보컬은 종말에 대한 우울한 정서를 외롭게 표현한다. 곡의 가사는 네빌슈츠가 '해변에서'라는 소설을 쓰게 만든 T.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들을 떠올리기 만든다. 그 마지막 구절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쿵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이 전달하는 느낌은 사실 종말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묵묵히 사실을 받아들이는 쓸쓸함에 가깝다. 이이언의 가사에서도 세상의 끝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쓸쓸한 정서가 녹아져 있다. 그리고 관계의 종식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담아 내고 있다. 세상이 끝나는 것이 두렵다기 보다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이 노래가 전달하는 세상의 끝에 대한 메시지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일이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내 옆에 누군가가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이 비일상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우리는 큰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슬픔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헤어짐을 갖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관계 속에서 죽는다. 우리는 언제나 헤어짐 뒤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세상이 끝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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