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을 왜 사는가? 당연히 필요에 의해 우리는 책을 구입한다. 그 책들은 우리와 오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분명히 사다 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우리들 수중에 있을 것이다. 그 책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펼쳐 보기를 확수고대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읽지 않은 책들이 더러 있다. 나 또한 좋아하는 작가라고 해서, 관심이 많은 분야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사들인 책들이 꽤 된다. 언젠가는 읽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그 책들을 책장 한 켠에 모셔두고 있다.
이러한 책들이 늘어간다면...이것은 사실. 책 중독의 시작이다. 책 중독이라는 것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아니다. 맹목적으로 책을 사들이는 것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게 안 읽은 책들은 늘어가고, 더 이상 책장이 그들을 수용하지 못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더 이상 너희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들을 팔기로 결심한 것은 사실 절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 늘어나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 데서 시작되었다. 사실 나에게 있어 책들은 한 권, 한 권 소중한 추억을 지니고 있다. 책들을 산 시기를 생각하면, 내가 그 당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 지 떠오르게 만들 어 준다. 그렇게 책들은 나의 삶의 기록이자, 잊을 수 앖는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런 책들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추억이 깃들 지 않은 책들이 없다. 선물 받은 책, 누군가와 함께 있던 시기에 샀던 책, 절판이어서 어렵게 구입한 책...어쩌면 책들은 나의 분신이자, 내가 살아온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다.
책들을 판다는 것은 과거의 나와 결별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들은 정가를 달고 세상에 나오지만,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것 만으로도 그 가치를 따질 수가 없다. (물론 그 반대도 존재한다. 전혀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총 23권을 책들과 결별을 했다. 필요에 의해 산 책들이었고, 흥미롭게 읽은 책들도 존재한다. 반면에 무턱되고 샀다고 후회를 남긴 책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듯이, 좋은 책들을 고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23권 책들이 나에게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들을 바라보면 구입 당시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었는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을 판다는 것. 거기에는 더 이상 나의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변화, 성장, 발전...
책들은 사람처럼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책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과거 완료이다. 집필에서 인쇄까지 아무리 서두른다 하여도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그리워 한다. 그 기억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추억이라는 요람안 에 살 고 있는 것이다.
23권의 책들은 내가 과거에 어떠느사람이였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었는 지를 이야기해준다. 나는 23권의 책들이 꿈꾸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는 또 책들을 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23권을 내 놓은 것닐까? 과거와 결별하고 싶었던 것일까? 잠시 생각해보면 그런 점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아니다. 그냥 과거에 중요시 했던 가치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하나둘 씩 잊혀진 것 뿐이리라...그리고 새로운 가치관들이 나를 채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과거의 내가 변화하기보다는...잊혀져 가고 있을 뿐...그렇게 1년, 1년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23권의 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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