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 호텔
수많은 이야기를 생산하는 낯선 공간 호텔
당신이 낯선 도시에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잠은 어디서 잘까?' 수많은 사람들이 하룻밤을 위하여 방문하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호텔을 그저 돈을 받고 방을 내주며, 투숙객은 그 방에 들어가 잠을 잘 뿐이다. 호텔은 낯선이들의 천국이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하룻밤을 위해 한 건물에 모여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연은 호텔의 방 갯수만큼 다양한 것이다. 우리는 가끔 호텔 복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 대해 멋대로 상상해 봤을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부터, 해서는 안 되는 상상까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그러곤 한다. 내가 들어가 보지 못한 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저 방에서 묵는 사람은 누구일까? 방안과 방 밖이 격리되어 있는 호텔은 매우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그리고 그 비밀스러운 공간에 낯선이에 대한 상상이 더해져 수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호텔을 소재로 한 영화들
호텔을 소재로 컨텐츠는 영화 뿐만이 아니다. TV 드라마, 소설,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호텔을 소재로한 영화를 소개한다.(다른 미디어의 컨텐츠는 다음 번에 다뤄보기로 하겠다.)
1408(공포, 스릴러, 2007년작
공포소설 작가 마이크 엔슬린(존 쿠삭)은 초현실적인 공포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절대로 믿지 않는 사람이다. 새로운 소설을 구상 중이던 그는 뉴욕의 돌핀 호텔 1408호의 은산한 소문에 대해 알게 되고 새로운 작품 구상을 위해 1408호에 묵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1408호의 악령들과 만나게 된다.
호텔의 '방'이라는 폐쇄성을 잘 살린 스릴러(공포)이다. 그리고 1시간 동안 1408호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조건이 영화의 긴박감을 더 한다. 결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지만, 존 쿠삭의 연기만큼은 보장하는 작품이다.
밀리언 달러 호텔(스릴러, 드라마, 2002)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감독 특유의 몽환적인 이야기 방식은 여전합니다. LA 시내 중심에서 적응하지 못한 부랑자 무리들이 지저분한 호텔에서 살아간다. 그 호텔이 바로 밀리언 달러 호텔이다. 평화롭던 호텔에서 마약 복용자 '이지'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의 조사가 시작된다. 수사 도중 '이지'가 언론 재벌의 아들임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결국 FBI 요원 스키너(멜깁슨)가 사건 해결을 위해 밀리언 달러 호텔로 파견된다. 스키너는 호텔의 특이한 거주자들을 만나게 되고, 자살과 타살, 현실과 상상 모든 것이 뒤섞이면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보이지 않게 된다.
이 영화의 각본은 그 유명한 록 그룹 U2의 프론트맨 보노가 썼습니다. 그의 또다른 재능을 즐길 수 았는 영화이다. 상업영화와 거리가 먼 감독의 작품이다 보니, 화법자체가 불친절하다. 90년대 주옥같은 작품을 낸 감독의 2000년대의 극 영화 신작이다 보니 많은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었으나, 흥행에서는 실패하였다. 하지만, 주옥같은 음악과 새로운 스타일의 감각을 원한다면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미스테리, 모험, 2014)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긴다. 마담 D.의 유산을 노리고 있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구스타브를 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와 함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을 더이상 소수 매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감독으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캐스팅의 면보도 매우 훌륭하다. 뜯어보면 굉장히 세속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들수 있는 것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타일이자 능력이다. 다만, 계속되는 자기 복제 수준의 영화들이 계속될 것 같은 우려가 살짝 엿보이기도 했던 작품이다.
호텔 속 이야기는 계속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처럼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호텔은 그나마 안정은 주는 공간인데, 역으로 안심해야 할 공간에서 사건이 터진다면 우리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 많은 방 갯수 만큼, 다양하고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 또한 호텔을 소재로 한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들의 이질적인 조화가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현실 속 호텔에서 어떤 사건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저 우리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바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설레임과 자극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텔 속 이야기는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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