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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 / THOUGHT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오카다 토시오

세계 정복 가이드북

 

심상치않은 이 책의 저자, 오카다 토시오
저자 오카다 토시오는 1985년 가이낙스를 설립하여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 다수의 명작을 세상에 내보낸 사람이다. (가이낙스는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든 회사이다.) 그는 오타쿠 1세대로써 오사카예술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및 오타쿠와 관련된 저작을 남겼고,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의 짧은 이력만으로도 그의 오덕 농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오타킹이라는 별명과 딱 맞는 사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일본사회가 가지고 있는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였고, 그 활동으로 인해 '오타킹(씹덕킹, 오덕왕과 상통)'이라는 별명의 기반을 다졌다.

악은 언제나 패배한다. 도대체 왜?
그럼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책 제목이 세상에나 '세계 정복이 가능한가' 이다. 이 얼마나 자극적인가? 20세기 소년에서 켄지가 스케치북에 그렸던 그림은 세계정복에 대한 그림이었다. 저패니메이션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세계정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느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로망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만화의 주인공들은 세계정복을 하려는 악당들을 언제나 무찌른다. 악당으들은 언제나 주인공들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도망가기 바쁘다. 하지만 그렇게 당하고도 주인공들에게 다시 도전한다. 세계정복이라는 꿈을 향한 얼마나 순수한 열정인가? 난 어린 시절 핀치에 몰린 주인공들을 한 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다. 결국 주인공 승리의 법칙이 적용될 테니까. 

결국 이 책은 주인공 승리의 법칙이 왜 적용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슬픈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자는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정복의 고단함. 그 외로운 길
#1 어린 시절, 히어로와 대괴수들이 싸우는 장면을 볼 때마다 항상 의구심을 가지곤 했다.
어째서 한  번에 하나의 하나의 괴수만 내보내는 걸까?
하나씩 각개격파당할 뿐이잖아?
괴수들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내보내면 거뜬하게 히어로 로봇을 이길 수 있을텐데
그런 발상을 실현하기 위해 졸업 후 악의 조직에 들어갔다.

#2 언제나 상부의 바보 같은 작전으로 연전연패의 나날을 보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꿈꾸던 그 대괴수 홥동 출격을 실현시키겠다는 꿈이 있었다.

#3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연공서열에 따라 중간관리직에 앉게 되었고

괴수 여러마리를 모으기는 커녕 괴수 하나를 유지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으로도 조직 재정이 휘청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에 여러 괴수를 만들 설비도 없고, 그럴 자금도 없다는 게 현실이었다.

#4 더구나 이사급 보스들의 파벌 싸움 때문에 각기 다른 파벌의 괴수들로 공동작전을 펼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몽상일 뿐

이런게 현실이다. 젊은 날의 이상은 사그라지고 메마른 일상만 남았다.

세계정복을 꿈꾸는 중간직 관리자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꿈꾸던 생활 대신 현실에 찌들어 지쳐 힘든 우리들의 모습. 좀 더 확대해석하고 괴팍하게 이야기 하자면... 격차 사회라고 불리는 오늘, 희망조차 쉽게 가질 수 없게 된 현실의 사회. 차라리 한 번 전부 박살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 텐데, 란 생각들. 그 생각들 기반 위에 쓰여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자 그럼 세상을 박살내어보자. 그전에 가이드북 ' 세계정복은 가능한가'를 읽고 시작하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정말로?)

쓸데없이 디테일하고 논리적이다.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논리들

세계정복 3단계(따윈 없겠지만, 그래도...)
Step1. 먼저 자신이 세계정복을 하려는 목적 세우기
- 인류 절멸
- 돈이 가지고 싶어서
- 지배당할 것 같으니 역으로 지배하기
- 악을 퍼뜨리기
- 목적이 의미 불명

Step2. 자신에게 맞는 악당 타입
- A타입 :  ‘올바른’ 가치관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마왕 스타일
- B타입 :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한 독재자 스타일
- C타입 : 혼자서 있는 대로 사치를 부리고 싶어 하는 바보 임금님 스타일
- D타입 :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악의 매력에 잠겨 있고 싶어 하는 흑막 스타일

Step3. 세계정복의 구체적 방안 세우기
- 세계정복을 위해 성심성의껏 뛸 부하를 확보하는 법
- 세계정복의 필요자금 확보 방안
- 세계정복의 세부전략안(마스터 플랜)

3단계만 걸치면 나도 정복자!!??는 아니고 속은 시원하지 않을까?
참고로 난 이책을 교보문고의 인문학 코너에서 발견했다. 읽다보면 이 책이 왜 인문학 코너에 있었는 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