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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_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다녀오다.

부산의 골목길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부산 보스동 헌책방 골목. 헌책방 골목이 만들어진 그 긴 시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들을 운이 좋다면 만날 수 있으며, 신간도 대부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대형서점과는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문한다는 곳이다.

보수동 책방 골목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책방이 늘어서 있다. 아동서적, 만화, 참고서, 인문, 과학, 문학, 외서 등 모든 종류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대형서점처럼 책들의 데이터화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보니,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것 또한 이곳에서는 소소한 재미가 된다.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을 다 돌아보는데는 20분이면 족하지만, 책을 구경하고 찾고자 한다면 하루라는 시간도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구경하고 책을 구입하게 위해 오고 간다고 한다. 이 작은 골목길에 어떠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까? 사실 이 골목길은 책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곳이다. 누군가의 추억과 인생이 담긴 헌책들을 맘 껏 구경하고 만질 수 있는 곳.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헌책방 골목이다. 

단순히 관광을 위해 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보수동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유는 책을 읽기 위해서이다. 매일 새로운 책이 발간된다. 신간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우리가 헌 책을 읽기 위해 이 곳을 배회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책으로 이끄는가?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조금 낭만적인 이야기에 취해 있었다면 좀 더 현실적이고 매우 속물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책들이 있다. 누군가에는 매우 의미있고 삶에 변화까지 가져오는 어떤 책이 있는가 하면, 출간된지도 모른체 조용히 사라지는 책들도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하나의 책이 탄생하고,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그 수 많은 책들. 우리는 왜 이 시간에도 서점을 들락거리고, 책 서평을 확인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것과 같은 뜻이다. - 에디슨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 빌 게이츠

위 명언을 보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성공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성공의 기준이 있다. 우리는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책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겠다는 생각. '지금 모습은 내 본래 모습이 아니야...난 지금과 다르게 살거야.' 거기에는 성공에 집착하는 은밀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책 읽는 행위는 평소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즉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 수필, 시 등의 문학을 읽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문학을 읽는 것은 일종의 이미지 전략에 속한다.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문학을 읽는 행위를 통해 여유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학을 읽는 다는 이미지가 타인에게 형성되면 그 사람을 우리는 좀 더 부드럽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남들 눈에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각이 깊어 보인다.', '믿을 수 있는 사람같다.' 등의 이미지가 타인에게 형성된다.

실제로 책을 읽는 행위는 개인의 이미지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_스눕>에서는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책을 읽는 취향 등에서 상대방을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리고 확립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책을 읽는 것이 매우 순수해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남들 시선을 신경쓰느라 진짜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한 경험도 한 번쯤 해본 것 같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하나의 집단 안에서 인정을 받고 살아가야 만족감을 얻는다. 즉 남들의 시선을 알게 모르게 신경쓰고 살아가는 것이다. 수 많은 이미지가 투영되어 '나'라는 사회적 동물을 만든다. 그 안에 책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지금 일고 있는 책이 나를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책은 자신을 정의하는 하나의 메타포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을 누군가가 잠시 보여 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보여 주었는가? 아니면, 별거 아니야 하며 감춘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책을 읽는 정확한 이유라고는 할 수 없다.(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개인별로 다양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책을 읽는 작은 이유 정도는 될 것이다. 그 작은 이유가 책 읽기를 방해한다거나, 책을 읽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든다면 우리는 책 읽기를 멈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비단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고 살지는 않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