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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 / THOUGHT

푸른 알약(프레데릭 페테르스), 누구나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푸른 알약(그래픽 노블), 프레데릭 페테르스

 

에이즈에 걸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 작가의 자전적인 스토리

스위스 출신의 작가 프레데릭 페테로스. 그는 에이즈에 걸린 여자 카티와 사랑에 빠진다. 이 스토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번에 새로 출간된 개정 증보판에는 그들이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정 증보판에 추가된 이미지는 그동안의 시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출처:세미콜론)

젖병을 빨던 아들의 현재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프레데릭과 카티 사이에서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딸이 태어난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정어린 시선을 배제하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

에이즈 때문에 주인공들이 경험하게 되는 문제들.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프레드릭은 당연히 카티와 생활가면서 감염의 공포에 사로 잡힌다. 찣어진 콘돔, 입가에 난 돌기, 성기에 난 상처 등. 불안의 극대화는 내면의 파괴로 이어지며,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의사의 명확한 선언 "당신은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포에 사로잡힌 프레드릭이 과연 카티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일반적인 연인처럼 시작했던 그들의 관계는 프레드릭 조차도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때문에 삐걱거리고 만다. 애초에 프레드릭과 카티는 불같은 사랑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프레드릭은 카티의 일상에 천천히 젖어 갔으며, 어느새 그녀의 삶에 퐁당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카티와 에이즈에 역시 걸려 있는 그녀의 아들과 건강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관계를 유지해 간다. 거기에는 동정의 시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행복과 슬픔에 함께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에이즈라는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에 대해 그 조차도 이겨내는 것은 힘겨워 보였다.

 

 

매순간 닥쳐오는 불안에 대해 그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한 일...

만약 내 아내가, 내 아이가 불행한 사고로 인해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각해보자. 가족에 대한 연민과 사랑때문에,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그들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정당한 시선으로 정당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에이즈가 곧 죽음이라는 인식은 최근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 고 있다. 어떤 의학자들은 에이즈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의학자의 시선이지만, 점 차 이런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 조건이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보균자의 시선일 뿐이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과연 이러한 인식의 틀을 소유할 수 있을까? 그 단계까지 가는 것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그렇다고 해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불안은 에이즈가 주는 생리학적인 불안인가?, 아니면 사회가 강요하는 불안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개인이 만들어내는 불안일까?

 

푸른 알약은 일상적인 삶을 지속시키는, 카티와 프레드릭간의 강한 유대이자 끈이다. 

항HIV약제인 푸른 알약은 카티가 프레드릭과의 사랑을 지속시켜주는 매개체이다. 그 알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카티는 더 이상 프레드릭과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푸른 색에서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는 희망과 밝은 이미지는 그대로 푸른 알약에 투영되어 있다. 그들의 삶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보통의 삶은 누구나 누려야 한다.

이 작품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작가 개인의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까? 그리고, 프레드릭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

인생에는 명확한 해답이 없다. 100% 만족하는 삶도 없으며, 내가 원하는 사람과 평생을 살아갈거라는 보장도 없다. 인생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우리는 부조화스러운 주변의 많은 것들과 살아가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프레드릭은 그 방벙을 카티와의 사랑을 통해서 배워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이란 자신의 시선와 인식에 따라서, 충분히 행복해질 수있다. 남들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것은 개인적인 손해일 뿐이다. 보통의 삶은 누구나 누릴 수 있으며, 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