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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 / THOUGHT

피버 피치(Fever Pitch), 닉 혼비

 

닉 혼비라는 명성의 시작, '피버피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주목받은 책 한 권이 있었다. 닉 혼비의 '피버 피치'. KBS의 'TV, 책을 보다'에 소개가 얼마전에 되었다. 월드컵이 다가오기 때문에 당연한 책 선정이었겠지만, 닉 혼비의 팬으로써 반갑게 프로그램을 시청했었다. 패널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를 할 만큼 '닉 혼비'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는 작가이다. 축구, 음악, 영화를 사랑하며, 루저를 대변하는 정서를 가진 작가. 그리고 유머러스하며, 가끔씩은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는 닉 혼비.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이 바로 '피버 피치' 이다. 축구광이라고 자부하는 소설가의 축구 이야기.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닉 혼비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또다른 주인공 '아스날'의 희노애락에 우리는 소설에서 느끼는 몰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특징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축구, 미국에서는 야구를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둘다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콜린 퍼스의 피버 피치는 몇번이고 돌려볼 정도로 애호하는 작품이다.

 

성공과는 거리가 먼 30대를 대변하는 닉 혼비

그의 소설 주인공들은 성공한 남자들과 거리가 먼, 낙오자가 되기 일보 직전의 30대 남성들이다. 그들은 축구, 음악 등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리고, 그 세계를 지키고 발버둥치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모습은 미성숙 자체이다. 세상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며, 거친 삶 속에서 유리처럼 부셔지기 쉬운 존재들이다. 이 미성숙한 주인공들은 닉 혼비는 따스하게 다루며, 그들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 과장 속에서 닉 혼비는 웃음, 냉소, 분노, 그리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어루만진다. 그의 소설이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재미있으며, 웃음이 넘치며, 지적이기 까지 하다. 피버 피치의 닉 혼비도 그의 소설 속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

 

진짜 축구 이야기

닉 혼비는 아스날의 팬이다. 그리고 피버 피치는 닉 혼비와 아스날의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아스날은 빅 클럽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작품의 시간적 배경에서 아스날은 지루한 축구를 하는 그저 그런 3류팀 정도 일 뿐이다. 하지만, 닉 혼비는 아스날에 애정을 품게 되었고, 그 애정으로 인해 자신의 삶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축구를 통해서 아버지의 부재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며, 좀 더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한다,. 경기에서 이길 때, 질 때의 감정들. 사실 이기고 지고는 단지, 2가지 사실에 불가하지만, 그는 모든 경기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모든 경기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것이 닉 혼비가 이야기하는 축구이며, 스포츠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로 우리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진짜 남자 이야기

피버 피치는 단순히 축구 이야기를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남자를 담아낸다. 남자라는 생물은 도대체 무슨 생각응 하는가? 사실 이 책은 남자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에 대한 식견에 가득한 책이다. 성공에 대한 강박증, 가족의 기대, 남성성, 정체성, 충성심 등, 남자를 표현하는 중요한 키워드에 대한 수준높은 연구서이기도 하다. 여자들이 읽어본다면 남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근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정작 집필에는 큰 열정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곧 좋은 작품으로 그의 소식을 접하길 바란다.